Korea Association of Unoversity Technology Transfer Manag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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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첫 출근하는 1월4일 서울에는 100년 만의 폭설이 내렸습니다. 카우텀 창 밖으로 보이는 한옥마을과 남산이 한폭의 그림처럼 아름답습니다.
대한민국에 기술이전이란 단어가 도입되고, 기술이전촉진법이 제정된 후 10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기술거래소라는 거대 조직이 생겼다가 다시 KIAT라는 조직으로 통합되며 사라졌습니다. 누구의 잘못이라 탓하기 이전에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좀 더 잘 해 주었더라면, 좀 더 생산적으로 일했더라면... 역사의 발전이라는 도도한 흐름에 올라타고서도 전진하지 못할 뿐 아니라 끝내 사라지고 마는 것을 보면, 토대만큼이나 주체의 정신과 열정이 소중하다는 가르침을 다시한번 되새기게 됩니다.
대학 기술이전의 역사는 중기청의 대학기술이전센터 지원사업이라는 작은 물결로 시작되었습니다. 지금은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지만... 대학의 흐름을 획기적으로 바꾸어 놓은 산학협력단과 산촉법이 이처럼 성공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게 된 데에는 분명 2000년에서 2005년까지 시행된 중기청 지원사업과 20개 대학에서 묵묵히 일했던 그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2006년 커넥트코리아 사업이란 이름으로 시작된 대학, 출연연의 TLO 지원사업은 분명 한단계 도약을 가져왔습니다. 돌이켜보면 커넥트코리아 사업 관리기관 자리를 놓고 한판 힘겨루기가 진행된 그 때 학진이 아닌 기술거래소가 대학 사업을 주관했다면 어찌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
이제 대학에는 변리사, 박사, 분야별 마케터 등 전문인력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고, 비록 산단 정규직이기는 하는 위촉직 일색이던 TLO에 산단 정규직 또는 무기 계약직의 형태로 나름 고용의 안정화를 찾아가는 대학들도 하나 둘 생기기 시작합니다.
10년 만에 우리 대학들은 연간 국내 특허 10,000건, 기술이전 1,500건, 기술료 300억 규모로 발전하였습니다. 참으로 놀라운 성장입니다. 민간 중심으로 서서히 변화발전하는 서구의 대학보다는 확연히 빠른 성장입니다. 여기에는 대한민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정책, 일사분란한 대학의 움직임이 분명 한 몫을 했습니다. 정부 정책을 중심으로 발전하는 한국형 사회구조는 부작용과 모순이 많이 발생하기는 하지만 빠른 성장을 만들어 내는 데는 최고인 것 같습니다.
지난 10년간 그 노력과 예산이 아쉬웠던 일도 많았습니다. 정부 부처 간의 경쟁에 의해 생기지 말아야 할 중복 사업이 발생하기도 하였고, 멀쩡한 얼굴로 태어났지만 조급증과 성과주의로 인해 이상한 방향으로 틀어져 버린 일도 있었습니다. 때로는 민간이 조금 느리더라도 묵묵히 성장시키고 있는 분야까지 뛰어들어 일을 그르치는 일부 사무관들을 볼 때에는 속이 쓰리고 화가 나기도 하였습니다. 정부 주도의 한국형 사회구조에서는 사무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들이라고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완벽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흔히 책상머리 정책이라고 말하는 현실에 맞지 않는 일을 들고 나온다거나, 일부의 의견을 전부인 양 잘못 해석하여 오판을 내리는 일도 종종 있습니다. 안하는 것보다 하는 것이 나을 때도 있지만, 이미 속도가 붙어 시장이 발생하고 있는 기술이전 업계에서는 안하는 것만 못한 일이 자주 발생되고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시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하는 그들도 문제이거니와 알량한 지원금에 눈멀어 해야 할 말을 하지 못하는 소인배들을 경계해야 합니다.
돌이켜보면, 정부의 관심과 지원 밖에 있던 시기에 대학은 더욱 잘 단합이 되었습니다. 이제 사람도 많아지고 머리도 굵어져서 생각들이 많이 다릅니다. 단합보다는 개별 대학의 이익이 앞서기도 합니다. 그만큼 예산과 사업이 많이 풀려있고 넘쳐나는 것 같습니다. 단합이 꼭 옳은 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작은 이익에 눈멀지 말고 크게 시장을 키워나갈 수 있는 대의를 생각하고 움직이기를 희망합니다.
2010년 커넥트코리아 사업이 마감됩니다. 지난 4년간 참 고마운 사업이었습니다. TLO라는 작은 조직이 만들어 낸 대학의 큰 변화를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 사업을 처음 시작하면서 5년 후 더 이상의 지원사업을 주장하지 않을 수 있게끔 만들어 보자고 의기투합하던 그때가 기억납니다. 이제 꼭 1년 남았습니다. 그러나 아직 현실은 어렵습니다. 일부사례를 제외하고는 대학에 있어 TLO는 여전히 남의 집 자식입니다. 만약 지금 지원사업이 마감된다면, TLO를 유지시킬 대학이 얼마나 있을까요? 유지시킬 생각이라면 그렇게 TLO를 계약직으로만 구성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많이 아픕니다.
아직은 부족한가 봅니다. 우리가 만들어 내고 있는 성과와 변화가 대학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그들을 변화시키기에는 여전히 부족한가 봅니다. 아마도 지금 우리가 가장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할 곳이 그곳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 교과부의 보도자료를 보면, 정부는 추가 사업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참으로 고마운 일입니다. 걱정되는 것이 있다면, 4년 전에 비해 사공이 너무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한 목소리를 내던 대학도 이제 여러 가지 의견을 내고 있고, 관련 사업이 다양해진 만큼 여러 부처에서 한 발씩 담그고 목소리를 내고자 합니다.
10년이란 세월이 참으로 빨리 흘렀습니다. 앞으로 또 10년 후가 되면 우리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요? 20대, 30대에 기술이전을 시작한 우리들이 반백을 넘어 60대 70대에 만나서도 오늘을 회상하며 즐거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아직 대학 기술이전, TLO는 걸음마 단계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책무와 역할은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카우터머라고 불리는 당신은 2010년 올해 무엇을 하시겠습니까?